법률개정과 성범죄 취업제한 소급적용
교사가 꿈이었던 A씨는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수차례 임용고시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하였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더 이상 집안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일단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수험생활 비용을 마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아르바이트처럼 하려고 했던 학원 강사가 A씨에게 천직이었는지 A씨는 순식간에 수강생들이 몰리는 소위 ‘1타강사’라고 불리는 유명강사가 되어 많은 돈을 벌게 되었고, 자신의 학원까지 세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동창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된 A씨는 2차로 클럽을 방문했고 그 곳에서 춤을 추다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앞에 있던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추행을 하였습니다.
이후 여성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되어 술이 깬 A씨는 땅을 치며 자신의 잘못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A씨는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8. 5. 30.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술도 끊고 사소한 잘못도 하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있었던 A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개정되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취업제한이 되지 않던 사람들도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학원을 운영이나 취업을 비롯하여 아동·청소년관련 기관이나 시설에 취업제한이 적용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A씨가 계속 학원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오늘은 올해 1월 개정되어 7. 17.부터 시행되는 아청법의 취업제한 소급적용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에 관한 규정은 2006. 12. 29. 개정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최초 도입되어 이후 수차례의 개정을 거쳐 왔습니다. 그리고 현재 시행중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성범죄의 종류나 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아동·청소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무조건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을 운영하거나,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 취업제한 대상에는 의료기관이나 학원 뿐 아니라 체육시설, PC방, 노래방 등 아동·청소년이 방문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시설이 포함되며 그러한 시설을 운영하거나 사업장에 취업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취업제한 규정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성범죄의 종류나 죄질, 재범가능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의 취업제한 기간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어왔고, 결국 헌법재판소는 몇 차례의 헌법소원심판을 통해서 의료기관 취업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학원·과외교습소 등의 취업제한 등의 취업제한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많은 분들이 취업제한을 면할 수 있었고 사례의 A씨 역시 학원을 계속 운영하면서 강사로 일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렇지만 각종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었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적인 요소라고 판단한 부분의 위헌성을 제거하여 2018. 1. 16. 아청법을 개정하였고, 개정된 아청법은 2018. 7. 17.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의료기관 취업제한에 관한 위헌결정>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대한 위헌결정>
<학원 등 취업제한에 대한 위헌결정>
새로 시행되는 아청법은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10년의 범위에서 취업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재범의 위험성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취업제한을 면제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개정법에 따르면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취업제한을 면했던 사람들에게도 취업제한을 소급하여 적용하도록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개정법이 시행되면 성범죄 유죄 판결 이후 새로 취업한 곳은 물론 성범죄 이전부터 일하고 있던 직장에서도 법률에 정한 기간동안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례의 A씨 역시 개정 법률이 시행되는 2018. 7. 17. 이후에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2018. 5. 30.부터 1년간 학원을 운영하거나 강사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만일 A씨처럼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이 아니라 징역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을 선고 받은 사람이라면 그 기간은 최대 5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A씨와 같이 당장 직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한 분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취업제한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위헌판단이 내려질지는 미지수인데다가, 설령 위헌으로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실효적인 방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개정법 부칙에 따라 취업제한 면제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개정법은 취업제한 기간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 기간의 단축을, 취업제한을 하면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취업제한의 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제한 기간의 단축이나 취업제한 면제 신청을 하는 경우 법원은 신청자의 의견과 검사의 의견을 종합하여 이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취업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취업제한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 취업제한을 면제해줄 수 있을 뿐이므로, 이는 결국 재범의 위험성이 없고 이익형량(利益衡量)상 취업제한자가 받을 불이익이 달성하고 하는 공익보다 현저히 크다는 점 등을 주장·입증하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한 문제가 됩니다.
결국 개정된 아청법의 취업제한 소급적용으로 인해 직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였다면 법률전문가, 그 중에서도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효과적인 계획을 세워서 대응하는 것이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